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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기사] 혼밥의 일상화 ‘외로운 한국인’  
글쓴이 홍보및정보 글번호 41842
등록일 2018-05-03 조회수 152

혼밥의 일상화 ‘외로운 한국인’

 

ㆍ자발적 선택 아닌 고독한 생활… 우울증·비만 등 건강에 적지 않은 악영향

떨어진 반찬 조각, 국물을 흘린 자국. 한 대학의 청소노동자 유모씨(52)가 점심시간이 지나고 화장실을 청소하러 들어가면 심심찮게 발견하는 ‘혼밥’의 흔적이다. “화장실 변기칸에 휴지통을 없앤 뒤로 도시락이나 컵라면 용기를 그냥 버리고 가니까 좀 치우기가 번거롭죠. 어떤 때는 ‘쩝쩝’ 하면서 먹는 소리가 나다가 인기척이 나니까 조용해지는데, 모른 척 나와서 다른 일부터 하고 들어가요.” 유씨는 이들이 먹고 버린 쓰레기들을 처리하는 것이 번거롭지만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 이해도 간다고 말했다. 유씨 역시 이전에 화장실 옆 청소도구 보관장소에서 혼자 밥을 먹을 수밖에 없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식당에 마련된 1인용 칸막이 식탁에서 혼자 온 손님들이 따로 식사를 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서울의 한 식당에 마련된 1인용 칸막이 식탁에서 혼자 온 손님들이 따로 식사를 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유씨는 지금 대학 청소를 맡은 업체와는 다른 파견업체 소속일 때 아파트단지에서 청소를 한 적이 있다. 청소노동자들이 쉴 수 있는 휴게공간이 있는 대학과는 달리 당시 아파트단지에는 딱히 휴게실이나 밥 먹을 곳이 없었다. 관리사무소 화장실 옆 청소도구 보관소가 유일하게 남 눈치 피해 숨을 돌릴 수 있는 곳이었고,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꺼낼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유씨는 “그때 내 처지와는 다르겠지만 학생들도 막상 혼자 있을 만한 공간이 별로 없어 보이더라”며 “다른 사람 눈을 의식해서 그렇게까지 밥을 먹는 게 안쓰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고독지수 78점 

‘혼밥’은 이미 한국 사회에서 낯설지 않은 현상이 됐다. ‘혼밥’과 ‘혼술’에 이어 여러 일상적인 활동들을 혼자서 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느끼는 ‘혼족’의 출현은 개인화된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고독한 삶에 익숙해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혼자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이들이 겪는 어려움 역시 늘고 있다. 사회적 환경과 인간관계의 변화로 다가오는 외로움이 보다 취약한 여건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적잖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혼자 밥 먹는 건 아무렇지도 않아요.” 서울 노량진에서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인 박영선씨(28)는 하루 세 끼를 모두 혼자 먹는 편이다. 식사시간을 아끼기에도 좋고 약속을 잡고 사람을 만나는 동안 어쩔 수 없이 들이는 노력도 줄일 수 있다. “이 동네에서는 다들 혼자 밥 먹으니까 혼자 밥 먹는 걸 신경쓸 이유도 없고, 다른 데선 혼자 먹기 힘든 메뉴도 파는 식당들이 많으니까 굳이 다른 사람들이랑 밥 먹어야겠다며 ‘밥터디’를 만들어서 같이 식사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드물죠.”

점심은 ‘고시식당’에서 한 달치 식권을 끊어 먹고 저녁은 대체로 살고 있는 고시원에서 간단히 차려 먹는다. 그런 박씨도 혼자서 오랜 기간 시험준비에 매달려야 하는 생활에는 스트레스가 쌓인다. 친구나 스터디 구성원을 만나 기분을 풀 때도 있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시험부담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아 결국 혼자를 택한다. 박씨는 “스트레스가 심할 때도 혼자서 치킨이나 피자에 맥주 한 잔 하며 달래는 편”이라며 “혼자 지내는 생활이 불편하지는 않지만 사실 그렇다고 이 생활을 즐기는 건 아니고 불가피하게 이런 생활을 유지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혼자를 강요 받은 것은 아니더라도 결국 혼자서 생활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것은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체 가구형태 가운데 1인가구의 비율이 30%를 넘어서 가장 흔한 가구형태가 된 한국 사회의 현실은 고독이 자발적인 선택지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심리학자들이 현재 한국인의 심리상태를 진단한 결과 고독지수가 78점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것도 이를 방증한다. 

한국임상심리학회와 한국심리학회 소속 심리학자 317명이 참여한 올해 4월의 ‘대한민국 고독지수’ 조사를 보면 한국 사회의 고독지수는 100점 만점 기준에 78점으로 나왔다. 또 고독함이 정신적 문제 및 사회문제와 어느 정도 관계가 있는지를 조사한 결과에선 83점이 나왔다. 서수연 성신여대 교수(심리학)는 “과도한 경쟁과 기술의 발달로 대인관계의 상호작용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타인에 대한 배려보다는 나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생겼고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다”며 “고독감을 더 많이 느낄수록 우울 혹은 불안과 같은 부정적 정서가 증가하고, 이를 적절히 해소하지 못하면 정신적·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고독감이 현재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의 바탕에 하나의 주요한 요인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한국 사회의 고독감이 증가한 원인으로는 개인주의의 심화(62.1%)를 비롯해 계층 간 대립 심화(54.6%), 장기화된 경제불황(48.3%), 사회적 가치관의 혼란(45.4%), 온라인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변화(36.3%) 등을 지적했다.

 

- 하 략 -


* 원문보기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201804301430421#csidx8562a41527159e9867d32883cfc3cb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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